참 많은 것들이 달리고 떨어지고 날리고 부서졌습니다
한해가 간다는 그것은 보기에는 소멸이고 해산이고 망각입니다
사실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한해의 수확이고 설거지이고 되돌아가기 위한 귀가이고
말대로 단 한해의 마감을 위해서 가볍게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도 멋지게 어루만지는게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기에 따라 12월의 찬바람은
담금질을 위해 불을 지피는 풀무라고요
하루 하루 쌓여서 지내온 시간들이 황금입니다
무엇이 이 올 한해의 찬란함만 하겠습니까
이렇게도 그려보면 또 한점 작품이 되지 않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땅에 뿌리 내린 가지들은 잎을 땅에
물속에 뿌리내린 수초의 줄기는 물에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
그것만큼 알뜰히 빛나는 것이 또 있겠습니까?
그렇게 이해하면 또 얼마나 한해가 대견스럽다 생각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