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내마음의 풍경

겨울 이끼 (이끼 이야기)

g_daeroni 2013. 12. 27. 17:44

 

 

 

 

 

사람이 볼 때 그렇다

 

겨울이든, 가문 봄가을이든 상관없이 몸만 붙일 곳이 있으면 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있다가 눈 물이든 얼음 물이든 폭우든 간에 수분을 흡수할 기회가 있으면 온몸으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해서 살아나는 이끼지만, 존재감도 그다지 크지 않으면서 그늘진 바위에 기대어 있는 듯 없는 듯 불리할 때는 납작 엎드려 있다가 조건이 성숙되면 피어나 살아가는 조그마한 생명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거대한 조직이나 힘에 빌붙고 기대어 오로지 살 수 있는 환경이 오기를 복지부동 죽었다 여기고 악착같이 기다리며 사는 인간들을 이끼라는 이미지를 비유하는 것에 놀라고 부끄럽다.

 

햇빛을 피하는 것은 오히려 피한다기 보다는 그늘진 곳이 쉽게 마르지 않고 습해서 수분흡수가 더 용이한 이유가 아닐까.

이끼의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찬란하다.   원래 이끼는 47천만 년 전에는 물속에 살았던 조류였었단다바다 조류에서 육상으로 옮겨온 이후 수백만년 동안 당당하게 모습을 유지해온 지구 생명체의 터주대감이다. 남의 것 특별히 욕심내지 않고 축축함 흐르는 물에서 튀는 물방울 녹는 얼음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나이 먹은 부족인 셈. 인류의 조상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겨우 500만년도 되지 않았고 오늘날의 사람과 같은 인류는 약 35천년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이끼는 수억년 동안 사람이 등장하기를 기다려 온 생명들이다.

 

한참전 이끼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이구동성으로 영화를 그럴듯 얘기하는 상징하는 의미가 떠오른다. 바위, 그늘, 크기, 침묵, 인내 등의 이미지 만을 내세워 말 못한다고 염치도 없게 인간들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픽션화한 면이 다분하다. 미안하다 이끼야. 소설쓰고 포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용서를 빈다. 말못한다고 가만히 있는 이끼 무슨 잘못이라고, 능욕한 것 미안하다. 어느 누가 이끼만 할까

 

너의 파릇한 생기와 겸손하게 인내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연의 상징, 생명력의 상징, 순수함의 상징이다.

 

 

* 요즘 날씨가 적당히 춥고 온 눈도 낮에 조금씩 녹아서 깨끗한 계곡에는 겨울인데도 파릇파릇한 이끼가 수정처럼 빛나는 고드름과 숨박꼭질 하는 모습 깨끗한 크리스탈 속에 담겨있는 초록빛 이끼를 관찰할 수 있다. 한겨울에는 완전히 얼어붙고 눈에 덮여서 볼 수가 없지만 요즘은 가능하다. 오물도 없고 벌레도 없고 조심조심 하면서 겨울이끼 트레킹 할만하다. 접사가 가능한 카메라라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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