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늘은 어느날 느닷없이 텅텅 비워지고 만다
어제와 같았고 내일도 그럴거라 알고 지내다
갑자기 또 온다 안온다 작별 인사도 못한 채 가버리면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채우기 시작한다
놀음판에 화들짝 찾아온 마누라에 들킨것 처럼
서둘러 최고로 빠른 속도로 가을을 내다 걸기 시작한다
아무리 무식해도
이렇게 가을이 당연히 올 거라는 거
다 알고 있을터인데
물어보지도 않은 말
살다 살다 이런 거 첨봤네
그것참 사람 간사하네
배우지 않았어도 다 아는 말
버릇처럼 내 뱉기만 하다가
하루새 불쑥 가을을 마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