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덥지 않아도 여름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덥더라도 가을입니다
무엇을 바람에 실려 보내느라 그런지는 몰라도
덥다고 말할 틈도 없이
내내 비 내리고 내내 바람불어대고 그렇게
아무말도 못하게 입막음만 해 놓고서는
봄이다 여름이다 구분짓지 않고 쓸어서 보냈습니다
일상이라는 말
그냥 이것저것 다 하고 나서 딱히 할 말 궁할 때
생각없이 내 뱉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알게모르게 나의 이기심과 자존심과의 갈등과
남의 눈치코치 신경쓰느라 대단한 일은 포기하고
솔직히는 하찮게 뵈던 일상의 품속에서
의도된 고립이 아니라 포기된 고립으로
한번 근사한 자립생활을 누려보았네요
어떻게든 남아있게 된 복받은 이 들끼리
남 의식하지 않고
남 감시하지 않고
하늘거리는 억새 숲을 걸을 수 있는
가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쨋거나
일상의 가을은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