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이야기 하다
꽃,
아주 짧은 기간에 향기와 빛깔 자태로써 한해의 결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없이 할 수 있는 모든 채비를 갖추어 놓고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봄에 피는 꽃은 비바람과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주 재빨리 홀씨를 날리고 가을에 피는 꽃은 찬서리 추위가 오기 전에 차갑고 냉정하게 열매를 맺고 키우고 익혀낸다.
꽃일 때의 선택과 열매로의 먹힘. 선택 당하고 먹히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온갖 재주를 다 부린다.
짧다. 누구에게나 그 꽃부터 결실까지는 무척 짧다.
우리 주변 가까이 그 치열한 시간들의 아우성이 참으로 요란하지만 무엇을 하는지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해가 너머 갈 때야 비로소 그만 그 하루가 가버린 것을 안다.
우리는 봄 꽃일까 가을 꽃일까
맛있게 먹힐 만큼 무르익었을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權不十年 花無十日紅) 뭘 좀 알고서 쓴 말일까, 빨라야 좋을 것을...
카메라를 들고 이렇듯 작은 세계 화려한 세계를 엿보기 하면서 어쩌면 내 마음을 읽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감추어진 마음이 찍혀 나오는 꽃잎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고 또한 그 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 더 먼저 더 화려하게 피어 치열하게 선택되어 깔끔하게 먹히는 영광이 가득하리라..............